점포가 다닥다닥 붙은 전통시장들은 화재 사고가 날 때마다 피해가 회복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지난 9월 경북 영덕의 전통시장에서도 대형 화재가 났는데, 여전히 폐허입니다.
전통시장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영덕의 전통시장 골목을 비추는 CCTV 화면입니다.
이른 새벽, 화면 왼쪽 수족관 냉각기에서 불꽃이 튀더니, 천장에까지 옮겨붙은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집니다.
검은 연기는 삽시간에 시장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안수찬 / 최초 신고자]
"4~5분 정도 진화작업하다가 유독가스 마시고 폭발음이 그렇게 나더라고.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도망나온 거예요."
지난 9월초에 발생한 이 화재로 전통시장 점포 70여개가 불탔습니다.
1명이 부상을 입었고,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두달 만에 다시 찾은 시장.
시장 건물은 까맣게 불타 뼈대만 남았고, 쫓기듯 나온 상인들은 시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로 임시 점포를 차렸습니다.
생계를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임구곤 / 상인]
"일단 비가림 (시설)이 제일 문제고, 이렇게 협소하다보니까 손님이 진짜 많이 줄었어요."
[이분순 / 상인]
"올 겨울 어떻게 지내나 걱정 밖에 없습니다. 추위 때문에."
최근 5년간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300건이 넘습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전기 관련 화재였습니다.
"경기 광명의 한 전통시장입니다.
화재 위험에서 안전한 곳인지 점검원과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피복이 벗겨진 전기 배선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가 하면,
[손인철 /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피복이 나와 있으니까 이런데 먼지가 껴서 화재가 날 수 있거든요."
전선을 임의로 잘라 누전차단기에 연결한 곳도 있었습니다.
[손인철 /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여기 선을 하나 더 연결하셨네요? 뭐 쓰시려고요? (선풍기요.) 왜 콘센트를 연결 안하시고? 이렇게 쓰시면 안 돼요."
[손인철 /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80개소 점검 진행하면서 중대부적합도 3~4군데 있었고"
서울의 또다른 전통시장.
낡은 천막이 덮여 있었고, 점포 내엔 먼지가 쌓인 전깃줄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실시된 화재위험 검사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곳입니다.
"시장입구에 설치된 소화기함입니다.
비상시에는 망치로 이 아크릴판을 깨고 소화기를 꺼내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쪽 저쪽 살펴봐도 망치를 찾아볼 순 없습니다."
[상인]
"망치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못 깨죠."
소화기함 앞에 다량의 물건을 쌓아놓거나, 아예 가판을 설치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소화전 주변이라든지 물건을 쌓아두면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도 사용하기 불편한…"
올해 전국 1천 600여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화재위험 검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평균 이하의 등급을 받았습니다.
[김형동 / 국민의힘 의원]
"여전히 안전문제에 대해서 정부든 민간이든 인식이 제고되지 못했다. 화재 예방과 관련된 지원 예산책이 강구되고, 또 확대 보강돼야…"
노후된 전기배선을 교체하고, 화재 발생 자동 신고 시스템을 갖추는 등, 더욱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PD : 윤순용
AD : 권용석
작가 : 박정민
그래픽 : 임솔 유건수
우현기 기자 whk@donga.com